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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오욱환 명예교수님과의 메일

hijo2 2021. 8. 6.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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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학보에서 아래 글을 보게 되었다. 

나는 평소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민이 생길 때, 글을 쓰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편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말하면,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친구에게 말을 하면서 푸는 경우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나 또한, 친구에게 말을 하면서 푸는 경우가 많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면서 나의 고민이나 무거운 짐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고 싶지 않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를 바래었기 때문에 

글을 통해 풀고는 했다.

 

그래서 아래 오욱환 교수님의 글이 크게 공감되었고

교수님께 궁금한 점을 메일로 보냈다. 

https://inews.ewha.ac.kr/news/articleView.html?idxno=32805 

 

[읽어야 산다] 글 읽기와 글쓰기, 자아 회복과 실현을 위하여 - 이대학보

한국의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은 급속도로 상승하여 2020년에는 70%를 넘어섰다. 한편, 대학 졸업 학력이 요구되는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 가운데 최대 30%를 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학을 졸업한

inews.ewha.ac.kr

 

| 오욱환 교수님께 보낸 메일 내용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자대학교 00과 20학번, 학수번호 00 000입니다.

 

요즘 날씨가 덥고 비가 와 후덥지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편안한 날들을 보내고 계신지요 :)

 

다름이 아니라 이대학보에 게시하신 [읽어야 산다] 글 읽기와 글쓰기, 자아 회복과 실현을 위하여'라는 글을 감명 깊게 읽어 메일을 보냅니다.

특히 취업 문턱이 올라가며 제 또래의 대학생들이 느끼고 있는 자아 상실감에 대한 고찰들이 크게 공감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문장이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글쓰기는 창작이므로 글을 쓰면 자아를 완전히 찾을 수 있다.'라는 문장입니다.

 

그래서 두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첫째, 아직 경험이 부족한 저도 글을 쓰면 자아를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요.

교수님의 말씀은 글을 쓰면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으므로 자아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라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자아를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아야 할 것 같은데 아직 경험이 부족한 저도 차근차근 글을 쓰면 자아를 찾을 수 있을지요.

둘째,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평소 일기를 쓰며 스스로를 정리하기도 하고, 격려하기도 하며 반성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제 자신에 대해 의문이 많습니다.

글쓰기로 자신을 효과적으로 찾아가려면 어떤 방식으로 글을 써야 할까요?

떠오르는 고민을 작성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스스로 하나씩 질문을 던져가며 글을 체계적으로 써야 할지 고민입니다.

 

위 두 질문에 교수님의 의견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바쁘신 와중에 메일을 확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을 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저 생각이 많던 시기에 교수님의 글을 읽고 크게 공감을 받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학생으로서 살면서 고민한 내용을 진심을 담아 메일로 보냅니다.

좋은 글을 작성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운 날 무탈하시기를 바랍니다.

 

이화여자대학교 00전공 소속

000 올림

 

 

이후 놀랍게도, 당일에 바로 답장을 보내주셨다.

 

| 오욱환 교수님의 답장

000님 반갑습니다.

답변을 작성하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나의 글에 대한 소감과

질문에 대해 응답하는 작업은 즐거움 그 자체입니다.

 

글 읽기는 남이 쓴 글을 읽는 것입니다. 그 글에 대해 감동하고 동조하고

심지어 비판하더라도 글의 주체는 글의 저자입니다.

 

그러나 글을 쓸 경우, 주체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글을 쓸 때는 반드시 생각하게 됩니다.

‘생각하기’는 자신까지도 객관화하게 만듭니다. 자신에 대한 반성과 숙고는

자아를 성숙하게 합니다. 내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소개한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는

자아가 상실된 청소년들이 일기 쓰기를 통해서 자아를 찾는 과정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권하였습니다.

 

글쓰기는 참 어렵습니다. 제목을 써놓고 한 줄도 쓸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는 제목을 정하고 글을 쓰지 마세요. 글을 써놓고 제목을 붙이는 방법도

괜찮습니다. 그 다음, 제목과 본문을 일치하는 작업을 해보세요. 엄청나게 수정하게

됩니다. 쓰기(writing)는 반드시 다시쓰기(rewriting)를 반복해야만 완성됩니다.

우리는 단번에 끝내려는 무모함이 있습니다. 다시쓰기의 횟수에 따라 글의 완성도가

달라집니다. 문장을 고치고 싶다면 문장의 첫 단어를 완전히 바꾸어야 합니다. 첫 단어를

그대로 둔 채 글을 고치면 문법과 띄어쓰기를 수정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무지무지하게 많이 써야 합니다. 무엇에 대해 써야 할까요?

주제를 구애받지 말고 써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든지 어떤 주제든지 가리지 말고

글을 써야 합니다. 최적의 주제, 시간, 장소는 없습니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으려면 종이와 필기구를 항상 휴대해야 합니다. 그리고 메모를 적을 때는

날자, 시간, 장소, 주제를 빠뜨리지 말고 적어야 그 분위기를 회상하여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쓸 수 있을 때는 최대한 많이 써야 합니다. 남의 글을 구할 수 있어도

사라진 아이디어는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잠자다가 리포트의 주제가 생각나면 곧바로

일어나서 적어두어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생각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의 글이 도움이 되었다면 나의 홈페이지(http://home.ewha.ac.kr/~oookwhan/)에%EC%97%90)

있는 다른 글들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지 않고 줄이겠습니다. 더 나은 답장을 보내려고 미루기보다 빠른 답장이

나을 것 같아 그냥 보냅니다.

일상이 즐겁고 인생이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7/2/2021

오욱환 드림

 

 

 

이 글은 한 교양 수업에서 '자신에 대해 알고 싶다면, 자신이 일주일 동안 한 일을 돌아보아라. 당신이 한 일이 당신 그 자체이다'라는 말 다음으로 인생을 바꾼 말이라 느꼈다.

 

'처음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지만, 일단 써보아라. 그리고 무지무지하게 많이 써보아라.

최적의 주제, 시간, 장소는 없으니 생각나면 바로 해보아라.'

 

이 말씀은 단순히 글쓰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인생에서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느냐를 뜻하는 말인 것 같다고 느꼈다.

 

 

큰 깨달음을 배울 수 있었던 답변이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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