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RCISE/Bike Riding

[신촌-서울숲] 서울숲 따릉이 당일탐방 코스 추천

hijo2 2021. 11. 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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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11월 4일 따릉이로 신촌에서 서울숲까지 왕복하며 서울숲 자전거길과 내부공원 탐방을 다녀왔다.

| 서울숲

주소 서울특별시 성동구 뚝섬로 273 (성수동)
관람시간 연중무휴 (일부시설 월요일 휴관)
시설 생태숲(사슴우리, 보행가교), 곤충식물원, 나비정원, 생태학습장, 바닥분수, 커뮤니티센터 등
주차 운영시간 24시간(연중무휴), 주차요금 존재 (소형 150원/5분, 대형 300원/5분)

 

서울숲 안내지도

[신촌-서울숲] 라이딩 추천코스

신촌역 - 서강대교 - 중랑천교 - 서울숲 - 성수대교 - 지하터널 - 생태숲 - 벚나무길 - 사과나무길 - 문화예술공원

 

서울숲 안녕@

서울숲은 나에게 있어 궁금했던 곳이다.
랩인턴을 하던 연구실의 교수님이 언급하신 곳이기도 했고, 서울숲의 규모가 크다보니 도심 내 대규모 생태공간은 어떤 모습을 갖추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함께 '생태'에 관해 관심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같이 탐방가자고 해놓고 여자친구가 생겨 다시는 나를 만나지 못했다. 만약 함께 갔더라면, 그 친구와 생태에 대해서 오목조목 이야기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운 곳이기도 하다.

서울살이 1년차,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중간고사가 끝나고 가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타인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혼자 생각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서 나홀로 라이딩으로 가보기로 결심했다. 머리도 쓰고 싶지 않아서 계획도 짜지 않고 대충 길만 익혀, 여느 때처럼 신촌에서 따릉이를 빌려타고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탁트인 한강의 전경은 언제보아도 고민이 없어진다.

라이딩하기 참 좋은 날씨였다. 맑고 화창한 날이 아니라 흐린 날씨였고 온도도 적당해서 레깅스에 긴팔 옷만으로도 따듯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참고로 나는 오히려 햇빛이 내리쬐는 맑은 날보다 햇빛이 없는 흐린 날에 라이딩 하기를 더 좋아한다. 더구나 바람이 불지 않아 가속도를 유지하며 방해받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신촌역에서 서울숲까지의 거리는 약 15.67km로 네이버 지도 상으로 1시간 1분 정도의 거리다. 처음가는 길이라 조금 걱정이 있었는데, 오히려 처음 가보는 길이라 더 볼 것도 많았고 새로운 것에 놀라며 라이딩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STRAVA 앱을 통한 라이딩 결과


한강 자전거길은 알다시피 대체로 평지여서 어려움 없이 달릴 수 있었다. 나름 쉼없이 달렸던 것 같다.
원래는 기어 2단으로만 자전거를 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3단까지도 가볍게 밟는 것을 보아 다리 근육이 많이 좋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때부터 성취감이 들기 시작했고 마음 속에서 어떤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다가 가끔 '내가 왜 이걸 마음먹어서..아휴..'하며 자신을 타박할 뻔도 했지만 새로운 공간이 보이기 시작하자 설레는 기대감과 함께 역시 끝까지 오기를 잘했다, 행동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다.

상승고도와 평균 속도


가는 길 도중에 새로운 것들을 정말 많이 보았다. 평소 서강대교-동작대교 코스는 자주 가보았는데 그보다 멀리 떨어진 잠수교, 한남대교, 동호대교, 성수대교는 처음 가보았다. 한강은 어떤 다리이든 예쁜 것 같다. 라이딩을 하며 새로운 곳을 가보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 되었다.

아무래도 동차와 같은 동력기구가 아니라 오로지 나의 두 다리를 동력으로 활용하며 주체적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이 나를 설레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 물론 부모님의 양육방식이 방목형이라 어릴적부터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책임지며 살았지만, 가끔 나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자신을 옭아맬 때가 있다. 그럴 때 혼자 방안에서 울기보다 잠깐이라도 자전거를 타러 나오면, 벅차지만 내가 택해 남아있던 일들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지니고 돌아갈 수 있다.

옥수동 근처 동호대교의 모습, 중랑천교에서 보는 강변북로의 모습

동호대교를 지나면, 강변북로를 마주보고 있는 중랑천교를 통해 서울숲으로 진입할 수 있다.

중랑천교의 모습

위에는 용비교가 있고 아래에 중랑천교가 있다. 근처 암벽이 정말 예뻤다. 또 맹금류인 새매들이 대거로 줄지어 앉아있어 놀라웠던 기억이 난다. 새매는 처음봤는데 생각보다 컸다. 마치 독수리보다는 작고 매보다는 큰 느낌이었다. 이 때 너무 놀래서 허겁지겁 사진을 찍다가 상우랑 전화가 끊겼었다. 전화가 끊긴 사실을 모른 채 허공에 대고 '너무 예쁘다'고 감탄했었던 기억이 난다.

성수대교와 광활한 강의 모습

또 꾸준히 가다보면, 무성한 갈대숲을 지나 성수대교가 나온다. 이 근방에서 서울숲입구로 들어가는 길을 찾지 못해 헤맸었는데 다행히도 상우랑 계속 전화를 하고 있어서 지도를 보지 못하는 나 대신 상우가 직접 지도를 보며 길을 알려주어서 잘 찾아올 수 있었다. 아무래도 상우가 없었더라면 우당탕탕 가다가 자기비판에 빠졌을 것이다. (상우야, 고맙다)

거짓말처럼 서울숲 가는길이 숨어있었다.

상우가 계속 가면, 서울숲 가는 길이 아래쪽에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자전거도로상으로 전혀 그런 기미가 안보여서 '오잉? 정말 어딨는거지? 과연 있을까?' 했는데 눈앞에 있었다. 안내판을 보고 너무 놀라서 육성으로 소리를 크게 지를 정도로 마법같은 일이었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한 지하터널이 나온다.

지하터널의 모습과 지하터널 이후에 나오는 생태공원의 모습

마치 이런 곳에 좀비가 있다면, 난 어떻게 피해야할까 고민이 들만한 곳이었다. 사람이 지나가는 터널이라고 하기에는 넓어서 공간이 주는 위압감이 있었다. 터널을 지나, 오르막을 오르니 생태숲이 나왔다.

생태숲, 바람의 언덕, 생태숲의 사슴

서울숲에 오면 사슴을 꼭 보고 싶었는데, 길을 뚜벅뚜벅 걷다보니 조금씩 풍기는 응가냄새와 함께 곧 사슴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태어나서 사슴은 처음 봤는데, 마치 해리포터에서 페트로누스를 본 기분이었다. 순하고 이쁜 아이들이었다.

서울숲 11번, 12번 출입구

따릉이를 반납하기 위해 도로변으로 나와 다시 상우의 안내대로 반납공간으로 갔다. 생태숲 근처의 11번 출구로 나와 12번 출구로 이동했다. 12번 출구에서 지하터널 쪽으로 가면 따릉이 반납공간이 있다. 거대한 숲 근처에 드높은 빌딩이 있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내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과 같았달까.

따릉이 반납구에서 사진 찰칵쿵야

다들 따릉이를 타고 서울숲으로 들어갔는지, 남은 따릉이가 없었다. 나의 따릉이만 덩그러니 반납되어 남겨졌다. 바닥에 무성히 쌓인 낙엽을 보니 길고 길었던 1년이 끝을 향해 가는구나 싶었다. 무언가 허전했다.

소년식당의 외부모습

상우와 전화하며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상우가 한식을 좋아하는 나에게 '소년식당'을 추천했다. 간장새우덮밥과 새우짬뽕 중 고민하다가 새우짬뽕을 먹었다. 점심시간이라 웨이팅이 조금 있었고 인기식당에서 혼밥하는 경험은 처음이라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그런데 걱정과 달리 주변에 대한 신경없이 나와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그래도 맛있는 음식은 함께 먹는 것이 더 기분좋은 일인 것 같다. 함께 음식을 먹을 때는 단순히 음식을 먹으며 식욕을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사회관계 속 유대감 또한 함께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소년식당의 이야기는 아래 페이지에 구체적으로 적었다.
https://shinesleep.tistory.com/entry/성수-서울숲-맛집-정갈한-퓨전일식-맛집-새우짬뽕이-맛있는-소년식당
참고로 소년식당으로 향하던 도중, 따릉이 반납을 하지 않아 급히 다시 되돌아갔었다. (아이구 띨띨아..)

성수동 카페거리를 걸으며 감탄했다.

성수동 카페거리는 말로만 들어봤었다. 데이트하기 참 좋은 곳이라고 들었는데, 정말 데이트하기 좋아보였다. 그리고 성수동 근처에서 살고 싶어졌다. 이쁜 것도 많고 볼 거리도 많고 사람들도 모두 행복한 얼굴이었던 것 같다. 집에서 1시간 남짓의 가까운 곳이었지만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여행 온 기분이었다.

서울숲 탐방에 앞서 독서하며 마실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빵을 샀다

구경하며 길을 가다보니 '빵의 정석'이라는 빵집에 줄을 선 것을 보았다. 굉장히 협소한 공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식빵 냄새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굳건히 갈길을 가던 나의 발걸음을 멈추고 빵집을 기웃기웃거렸던 것 같다. 배가 부른 상태여서 가장 작은 빵이었던 소세지빠게트빵과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구매했다. 다시 가볍고도 뿌듯한 발걸음으로 서울숲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https://shinesleep.tistory.com/entry/성수-서울숲-빵집-빵의-정석

 

[성수, 서울숲 빵집] 빵의 정석

 

shinesleep.tistory.com

 

그 유명한 성수동 컨테이너 건물에 와보았다.

길을 가다보니 언더스탠드 에비뉴라는 컨테이너 복합공간에 다다랐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고 다양한 가게, 카페, 식당들이 줄지어져있었다. 이 곳은 나중에 좋아하는 사람과 다시 와보기를 기약했다. (아무래도 남자친구가 없어서 초등학교 친구 나영이와 다시 방문할 것 같다.)

고대하던 서울숲에 입성했다.

본격적으로 서울숲에 입성하여 구경하기 시작했다. 말을 타는 동상 속 사람이 마스크를 쓴 것을 신기하게 보기도 하고, 화단의 풀을 보며 트롤을 생각하기도 하며 감탄을 연발했다. 우뚝 솟은 분홍빛 머리가 너무 귀여웠다.

태어나서 내가 단풍 구경에 감명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릴 적, 엄마아빠가 단풍구경 데이트를 가면 '단풍은 집 앞에도 있는데 왜 굳이 구경을 가는 걸까' 의문을 품기도 했었다. 이제서야 엄마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삶의 지나가는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느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아이구 나 나이 먹었나보다)

이전에 방문했던 미국의 자연사박물관 공원이 생각나는 공간이었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보면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니 나조차도 기분이 좋아졌다.

모퉁이 정원이라니 이름이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선 은행나무길을 뒤로하고 생각없이 걷기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 공간을 하나씩 관찰하며 계획없이 걸었던 것 같다. 시각적으로 각 숲을 보고 '저 숲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이런 것들이 있지 않을까'하며 나에게 적합해보이는 장소를 찾아나섰다.

괜찮아보이는 곳에서 자리를 잡고 책을 폈다.

괜찮은 공간을 발견하고 자리를 잡았다. 선선한 공기, 반짝이는 새소리와 사람들의 수다소리, 따뜻한 아메리카노. 그 공간에서 채 몇장 읽지 못했지만 좋아하는 책인 데미안을 폈다. 한동안 집중해서 읽으니 어느새 30분이나 지나있었다. 필자가 데미안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구는 '모든 인간의 삶은 각자 자신에게로 향하는 길이다' 이다. 어떤 방식이었든, 어떤 목표를 가진 삶이었든 결국 생의 마지막은 '자신' 그 자체가 결론이다. 그 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자신의 마음에 귀기울이며 행동하는 삶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문득 주기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맘때쯤 혼자 여행을 떠나기로 다짐했다.

다시 길을 걸으니 한 호수가 있었다.

지나가는 아주머니께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셔서 사진을 찍어드렸다. 정말 진심으로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커뮤니티 센터에 들어갈까 말까 고민했다.

또 문득 걷다보니 커뮤니티 센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너의 숲, 나의 숲'이라는 기획전을 하고 있었는데, 내부에 사람이 없길래 난 마저 가던 길을 가기로 택했다.

커뮤니티 센터 옆의 계단을 오르면 서울숲의 경치를 볼 수 있는 다리가 나온다.


Billy Joel의 new york state of mind를 들으며 다리 위에서 단풍 구경을 했다.

바라본 높이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고작 21살인데, 하고싶은 것도 너무 많고 해야할 것도 너무 많다. 22살이 되면 더 많은 부담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느끼며 지나가는 시간을 부여잡고 싶었다. 모든 것이 다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듯 지나가는 시간도 저마다의 의미를 지니겠지만 말이다. 다만,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지나가는 시간만큼 더 성숙해지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상우가 꼭 가보라던 은행나무숲길

은행나무가 빼빼로처럼 줄지어 있던 은행나무 숲길은 가을이 주는 허전함보다 풍요로운 느낌이었다.

길을 가다보니 놀이터를 발견했다.

난 세상에서 놀이터가 제일 좋다. 그 중에서 '그네'를 정말 좋아한다. 그냥 학교나 학원 끝나고 친구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이야기하던 그 순간들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집 앞에서 산책하고서 그네를 탔을 때 들었던 개구리와 귀뚜라미 소리가 너무 좋았기 때문인 것 같다. 또 그네를 타며 스치는 바람이 너무 좋다.

놀랍게도 신기한 그네가 있었다.

엄마랑 아이랑 같이 탈 수 있도록 제작된 신기한 그네가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들뜬 마음으로 냅다 탔다.

눈누난나-! 그네는 언제타도 재밌다.

재밌게 그네를 탔다. 그 때는 엄마랑 전화 중이었는데, 엄마가 그네탈 기운이 있어서 부럽다고 했다. 나는 늙어서도 그네 탈 수 있도록 꾸준히 운동하고 주변 시선 관계없이 용기내서 타야겠다.

그러다 이제는 서울숲을 라이딩하며 구경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시 밖으로 나가 따릉이를 빌렸다.

가는 길에 진짜 트롤 같은 아이를 만났다.

귀엽다. 왠지 나한테 말을 걸 것만 같았다.

후문으로 라이딩하니, 상우가 말한 나비정원과 곤충식물원이 있었다.

나비정원과 곤충식물원이 모두 굳게 닫혀있어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서울숲이 다양한 것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년 봄에 다시 와야겠다.

식사를 할 때 잠깐 비가왔었는데, 그 이후 그치고선 하늘도 점차 맑아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공간에서 묵혀둔 많은 생각들을 곱씹을 수 있었다. 재밌었다.

그러나 이제 슬슬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남은 일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다시 지하터널과 성수대교를 만났다.

라이딩하면서 항상 느끼는 점은 '돌아가는 길은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것이다. 처음 가는 길은 알맞은 방향과 길을 찾아야하고, 새로운 것들을 충분히 구경하고 가느라 조금의 시간지체 요소들이 있다. 가끔은 가다가 포기하고 싶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지나온 길을 돌아갈 때는 앞으로의 갈 길이 얼마만큼 힘들고, 방해요소는 무엇인지,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인지 미리 경험해서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막막한 것 같다.

비가 내린 후, 구름이 점차 개기 시작했다.

처음 가는 길에는 생전 처음 경험하는 것들을 발견하고서 멈춰서기도 하고 사진도 많이 찍는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이미 신기한 것을 경험한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멈춰쉬고 사진도 적게 찍는다. 그래서 더 빠르게 돌아오는 것 같다.

사실 돌아오는 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태도에 따라 다르다. 처음 갔던 순간처럼 새로운 것을 발견하며 돌아올 수도 있고, 더 이상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서둘러 페달을 밟아 돌아올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가치관 차이일 뿐이다. 모두 저마다의 의미와 장단점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빠르게 돌아오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에 다른 곳을 방문할 시간이 생겼었다.
단순히 서강대교에서 길을 멈추지 않고 한바퀴 크게 돌아 망원공원-홍제천을 거쳐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책읽으면서 마신 아메리카노가 체력에 한 몫한 것 같다. 시간은 단축했지만 체력은 강해져서 라이딩을 즐기고 더 많은 것들을 보며 25km를 달릴 수 있었다.

서울숲에서 신촌으로 돌아온 길 (STRAVA 앱)


그리고 처음 가는 길 또한 어떻게 갈지는 각자의 태도에 따라 다르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고 헤매지 않도록 준비하여 갈 수도 있고 대략적인 계획만 세우고 나머지는 흘러가는 것에 맡길 수 있다. 오늘 난 대략적인 계획을 택했다. 이제껏 너무 계획으로 자신을 옭아맨 느낌이었다. 인생의 큰 계획이든, 하루 속 작은 계획이든 말이다. 목표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그 목표를 성취하지 못했을 때 주는 박탈감은 스스로를 갉아먹기도 한다. 지금 나는 내 자신의 기대치에 스스로를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숲 여행에서조차도 스스로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애초에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예상과 달리 생각보다 길은 쉬웠다. 그저 내 다리를 동력으로 삼아 나아가면 되었고 헤맬 것 같을 때는 상우가 도움을 주어 무사히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그 순간을 즐기고 즐기지 못하는 것은 오롯이 나의 여유와 마음에 달린 것임을 배운 하루였다.


집에 돌아오니 서울숲에서의 특별한 경험에서 벗어나 다시 반복되는 일상으로 돌아가야한다는 사실에 조금의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새로운 내일이 있으니까. 돌아올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소중한 일상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 아무튼 날 힘들게 하는 목표이더라도 그 목표를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우선은 될 때까지 해보고 싶다. 다만, 작은 하루이더라도 마음에 여유를 불어넣으며 지치지 않도록 나아가려 한다.


오늘 이 글을 읽는 사람의 하루가 어땠을지 모르지만, 당신의 삶 속에서 자신을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




"모든 인간의 삶은 각자 자신에게로 향하는 길이다" - Demian, Die Geschichte von Emil Sinclairs Jug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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